[서울케이뉴스] 김승호 선임기자 = 헌법재판소가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이정섭 대전고검 차장검사의 탄핵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다만 일부 재판관들은 이 검사가 증인신문 전에 증인을 불러 면담한 것을 두고 탄핵 사유가 되기는 어렵더라도 위법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헌재, 이 검사 탄핵사유 상당수 판단 안해…“소추사유 불특정”
헌재는 29일 대심판정에서 이 검사의 탄핵심판 선고 기일을 갖고 이 같이 결정했다. 탄핵 심판 청구가 기각되면서 이 검사는 직무에 즉각 복귀할 수 있게 됐다.
헌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 시기에 이 검사가 대기업이 운영하는 리조트를 이용하며 기업 측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자녀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이 없어 탄핵 소추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이 소추 사유들은 그 내용 자체로 피청구인(이 검사)의 직무집행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없어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이 검사가 뇌물죄 형사 재판 증인을 법원의 신문 전에 사전 면담한 의혹에 대해서는 “이 사건 기록만으로는 사전 면담이 위법하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증인신문 전 증인 면담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령의 규정은 없다”며 “이 검사가 주어진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이 검사의 사전 면담 의혹이 탄핵 사유가 되지 않더라도 위법하다는 별개의 의견을 남겼다. 두 재판관은 “검사라면 증인신문 전 증인 면담 행위가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케 할 수 있는 이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피청구인(이 검사)이 절차적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검사의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이 사건만으로는 이 검사를 파면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밖에 이 검사의 범죄경력 조회 무단 열람 의혹, 동료 검사들에 대한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의혹, 처남 조모씨 마약수사 무마 의혹 등에 대해서는 탄핵 소추 사유가 특정되지 않은 점, 관련 근거 자료가 헌재에 제출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국회 측은 헌재를 통해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 이 검사 비위 의혹에 대한 감찰 자료와 수사 자료를 각각 요구한 바 있지만 제출받지 못했다. 국회 측 김유정 변호사는 “대검과 중앙지검에서 증거가 오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헌재에서 어떠한 판단도 없었다”며 “이렇게 자료 제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 검찰이 비위 행위 저지르더라도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헌재 “국회가 소추권 남용했다고 볼 수 없어…검사는 탄핵 대상”
헌재는 이 검사의 탄핵 사유를 기각하면서도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았다거나 수사결과 내지 감찰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소추안 의결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검사 또한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파면을 통한 검사의 직위 박탈은 오로지 탄핵심판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검사의 비위 의혹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이 검사는 마약 투약 혐의를 받던 처남 조씨에 대한 경찰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골프장을 운영하는 조씨의 부탁으로 골프장 직원 등의 범죄 기록을 대신 조회했다는 의혹, 동료 검사들이 해당 골프장을 이용할 때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 대기업 간부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 등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이 검사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고 헌재가 탄핵 심판을 심리해왔다.
이 검사는 헌재의 탄핵심판과는 별개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0~11월 이 검사를 대검찰청과 공수처에 각각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이 검사의 비위 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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